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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화를 내보는 것은 저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었다. 워낙 사람들과의 접촉을 깊게 한 것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잘 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느정도의 호감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에코 클레멘타인은 지금까지 큰 갈등없이 지내왔다고 볼 수 있었다. 조금 밝은 성격이 어쩌면 더 도왔을지도 모르고.
창문을 틈새로 몰래 들어오는 햇빛이 따스했다. 너와 마주하는 눈빛은 올곧았다. 피할 생각도 없었고, 원래 그러한 행동은 자신과 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소한 갈등의 순간은, 꽤나 허무하게 끝나는 것을 깨달았다. 엉킨 실을 푸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걸, 어쩌면 이번 기회를 알 수 있었다.
너의 사과를 들었을때의 기분이란 오묘했고, 이상한 감정을 피어오르게 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던지라 더욱 그랬을지도. 그랬기에, 스스로는 너에게 기회를 주고싶었다. 자신 또한 어느정도의 잘못이 있었을텐데, 무척이나 오만하고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아마, 어린 나이에 실수였을지도 모르고, 그저 아직 확고한 가치관 자체가 자리 잡히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싸웠을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그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었기에.
너무 화목하게 자라왔던 저에게는 그런 것 따위 알리가 없었다.
한번도 피하지 않던 눈을 데굴, 굴려보았다. 좁게나마 아카데미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걸어가던 복도에서는 너와 이렇게 싸우던 것도 잊지 못하겠지. 부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곳에서 새로운 것을 알게되었다. 그건 조금 가치있다고 생각했다.
"뭐, 미안하다고 하니! 내가 이해해줄게. 나도 잘 못 한게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어색하게 뒷목을 쓸어내렸다. 이것은 어떤 감정을 품어야하는걸까. 아직까지도 알 수 없었다. 제 발끝을 보았다. 살짝 닳아있는 것이 왠지 너와 저와의 사이의 빈틈처럼 보였다.
"원하는 건... 딱히 없어. 그냥 너가 오늘 나와 있었던 일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만 않아줬으면 좋겠다는게, 내 소원이야."
반짝이던 바닷빛 눈동자는, 어느새 슬쩍 다시 제 발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어린 아이의 투정과도 비슷했다.